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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만달러블로거 2022. 11. 10. 14:03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영화가 있습니다. 가슴속 깊이 간직돼 이따금씩 꺼내보는 그런 영화가 있습니다. 진짜 운명처럼 만난 여인을 공주로 받들며 평생을 사랑한 남편이자 자식에게 비극의 시대를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입니다.

스스로를 왕자라 부르는 주인공 귀도

귀도는 스스럼 없이 자신을 왕자라고 소개합니다. 초긍정 사나이인 귀도는 자신의 서점을 차리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시골에서 상경했습니다. 귀도 왕자는 소녀와의 멈출 줄 모르는 수다 끝에 우연히 도라 공주를 영접하게 됩니다. 새로운 곳에서 기분 좋은 만남을 가진 귀도는 왠지 자유와 낭만으로 가득 차 보이는 로마에서 좋은 일만 맞이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숙부는 정체 모를 야만인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고약한 공무원들은 귀도의 서점 창업 신청을 받아주지 않게 됩니다. 그래도 귀도는 행복합니다. 우연이란 디딤돌을 밟고 운명처럼 자신에게 다가오는 도라 공주가 이곳 로마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도라에게는 탐탁지 않은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도라와 약혼자가 다툰 날 귀도는 다시 한번 우연을 가장해 운명처럼 나타나고 둘만의 레드카펫을 밟은 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이 장면은 제가 본 프러포즈 장면 중에 가장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약혼식장에서 도라를 보게 된 귀도 애써 괜찮은 척해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실수 연발 웨이터 귀도를 발견한 도라 그녀는 난생처음 용기를 내봅니다. 두 사람은 테이블 아래에서 남몰래 뜨거운 키스로 사랑을 약속하고 보란 듯이 함께 떠납니다. 부부가 된 귀도와 도라 사이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귀엽게 생긴 아이의 이름은 조슈아입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대로 아름다운 인생이 계속될 것만 같았습니다.

아들에게 웃기지만 슬픈 연극을 제안한 귀도

조슈아의 다섯 번째 생일날 군인들은 유태인인 귀도와 조슈아 그리고 앨리슈스프까지 아우 슈위츠 수용소행 기차에 싣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도라는 유태인이 아님에도 자신도 귀도와 조슈아의 뒤를 따릅니다.귀도는 이 참혹한 현실을 아들에게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하얀 거짓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들을 달래기 위한 한 아버지의 웃기지만 슬픈 연극이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가장 비극적이고 불행한 시대를 지나면서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에서도 꿋꿋이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래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비극입니다. 각본의 연출 주연까지 1인 3역을 소화한 로베르트 베니니 감독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라는 매우 비극적인 무대 위에 귀도라는 가장 희극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웠습니다. 영화의 배경과 캐릭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을 합니다.

귀도만의 간절한 기도

한편으로는 이런 어긋난 설정이 철저히 귀도 캐릭터가 가지는 의지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귀도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마다 친구가 얘기했던 쇼펜하우어의 의지를 떠올리고 그만의 제스처로 주문을 외웁니다. 그 때마다 그가 바라는 일이 거짓말처럼 이루어집니다. 어쩌면 귀도는 마음속으로 간절한 의지의 주문을 외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 모두가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이 참혹한 현실이 한낱 꿈이었기를 바랍니다. 아들 조슈아에게 말한 대로 게임처럼 지나가기를 기도합니다. 전반부의 슬쩍 끼인 비극적인 상황과 대사는 후반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알려줍니다.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의 반복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 졸이게 만듭니다.

명장면

지금부터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명장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오페라 극장에서 귀도가 도라를 위해 사랑의 주문을 외우는 장면입니다. 1층에 자리한 귀도는 약혼자와 함께 극장에 온 2층의 도라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귀도의 고개와 시선은 이미 무대가 아닌 도라 공주를 향해 있습니다.옆 사람과의 민망한 상황은 재치 있는 애드립으로 넘기고 귀도는 간절히 사랑의 주문을 외웁니다. 두 번째 장면 역시 귀도의 용기가 빛난 명장면입니다.귀도와 그의 아들 조슈아는 수용소 막사에 도착합니다. 귀도는 끔찍하게 펼쳐질 수용소 생활을 한 달 동안 준비한 게임이라고 속여 말합니다. 하지만 조슈아는 틈틈이 의심하고 막사에 도착하자마자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귀도는 그런 조슈아를 달래기 위해 다시 한번 아름다운 용기를 저지릅니다. 마지막 명장면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귀도의 부성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장면입니다. 조슈아를 궤짝에 숨겨두고 도라를 찾아 헤매다가 군인에게 발각됩니다. 귀도는 마지막까지 아들 조슈아를 참혹한 세상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지켜내려고 애씁니다. 아들의 시야에서 적당히 멀어졌는지 몇 번을 뒤돌아보는 아버지 귀도의 모습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참혹하고 불행한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아내와 자식을 지키고자 했던 남편이 자 아버지였습니다. 수용소로 끌려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귀도의 마지막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